사라의 웃음 하갈의 눈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한지도 보름 정도 지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평화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전쟁 전과 전쟁 후.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감정의 골은 오히려 깊어졌겠지요.

우리는 대개 이번 전쟁의 원인을 지난 6월25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을 납치하고 뒤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역시 이스라엘 병사 둘을 납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납치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 6월20일에는 하마스의 지도자를 암살하기 위한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으로 인해 세 명의 사망자와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6월13일에도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아홉 명이 죽었습니다. 6월9일에는 베이트 라히야 비치에 가해진 폭격은 민간인 여덟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32명의 부상자를 만들었습니다.(deulpul님의 "이스라엘의 공격을 불러온 병사 납치?" 참조) 물론 이스라엘의 폭격에도 이유는 있을 겁니다.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증오의 끝이 보일까요?

성경에는 이삭과 이스마엘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아브라함과 아내 사라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자 사래는 아브람에게 자신의 여종을 통하여 아이를 낳도록 하자고 합니다. 이를테면 씨받이인 거지요; 아무튼 그래서 아브라함과 사라의 여종 하갈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납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이스마엘, "하나님께서 들으심"이었지요. 이때 아브라함의 나이가 86세입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이 100세 되던 해에 아브라함과 사라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납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이삭, "웃음"이었습니다. 이삭을 낳고 사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창세기 21:6)

하지만 사라의 이 말은 결국 거짓말이 되었습니다. 이삭이 젖을 떼는 날 열린 잔치에서 이스마엘이 이삭을 놀리는 것을 본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말해서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쫓고야 맙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핑계에 불과합니다. 아브라함이 86세에 낳은 아들이 이스마엘이예요. 이삭과의 나이차는 14살입니다. 젖을 떼는 날이라고 하니까 이삭이 한 두세살쯤 되었겠지요? 16살짜리 이스마엘이 2살짜리 이삭을 놀리면 뭘 얼마나 놀렸겠습니까; 그냥 동생이 귀엽고 하니까 장난 조금 쳤겠지요. 하지만 사라는 그걸 넘기지 못하고 아브라함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 여종과 그 아들을 내어쫓으라 이 종의 아들은 내 아들 이삭과 함께 기업을 얻지 못하리라"(창세기 21:10) 어쩌면 이제 갓 젖을 뗀 아들 이삭에게 좀 더 많은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이스마엘을 내쫓은걸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무튼, 사라의 웃음은 하갈의 눈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삭과 이스마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조상이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비록 사라가 그렇게 살지는 못했지만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라고 고백한 것은 정말 좋은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백 평짜리 집에서 살면서 웃을 때 그 집 옆에서 노숙자들이 울고 있다면 그것은 기독교인의 삶이 아닙니다. 내가 스테이크를 먹고 있을 때 식당 뒤편에서 죽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기독교인의 삶이 아닙니다. 내가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웃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런 복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땅히 이웃들과 그 기쁨을 나눠야만 합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을 혼자만 누리고 있는다면 어쩌면 그것은 하갈을 울리면서 혼자 웃고 있는 사라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혼자 웃는 것이 아니라, 나의 웃음소리를 듣는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by 마른미역 | 2006/08/28 11:48 | 교회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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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행인1 at 2006/08/28 12:55
그런데 휴전조약이후에도 이스라엘의 폭격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_-;;
Commented by 措大 at 2006/08/28 12:56
옳은 말씀 감사합니다. (...뭔가 경건)

성경을 그렇게 많이 읽었다는 분들이 이런 것도 생각을 못해서 엉뚱하게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참 황망합니다. 믿음 있는 사람들이 왜 믿음의 가장 하찮은 것들만 신경을 쓸까요.
Commented by divoire at 2006/08/28 13:19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라도, 혼자서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웃을 수 있는것이 이상적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좋은 얘기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_푸훗_ at 2006/08/28 14:04
뭔가 경건..) 미역처럼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기독교인이 있는가 하면 제 주위엔 그저 머릿수 채우는 식으로 교회를 나가는 사람이 있어요. 미역처럼 성경과 함께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라 불릴만 하죠. 그런데 그저 머릿수나 채우러 사람들을 사귀러 교회에 나가고 성경은 읽지도 않는 사람이 기독교인이라 우기는 것을 저는 매일 봅니다(사실 제 동생이...). 안타까워요. 난 교인은 아니지만 사이비신자들이 기독교리도 깨치지 못하고 교회 다니는 것은 정말... 기독교를 욕먹게 하는 거 같아요. 그나저나 미역, 가을이 오는 기념으로 나한테 선물할래요?
Commented by kritiker at 2006/08/28 14:31
주말 미사가서 기도드려야겠습니다. 아멘...
Commented by 시리우스 at 2006/08/28 21:58
_푸훗_님~ 저도 기독교 신자인데요.(안물어봤다) 분명 머릿수 채우는 식으로, 사람 만나는게 좋아서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있어요. 근데 그런식으로 교회다니기 시작해서, 점점 그 교리를 깨치고 진심으로 (미역님처럼) 신앙이 발전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처음 사람을 전도할때, 그 사람이 단기간에 빨리 신앙이 깊어지고 그 교리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면서 전도하지 않지요. 처음엔 정말로 사람들과 어울림이 좋아서, 교회에서 하는 행사들이 재밌어서라도 교회 자주 나오고, 같이 기도하고 하다보면 그 마음이 자라는 것을 저는 많이 봤거든요. 기독교를 '욕먹게'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아니겠어요? ^^ (물론 많은 시간 잡아먹고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긴 하지만요 ^^;;)
Commented by 시리우스 at 2006/08/28 22:01
더불어 제가 뭘 따지려거나 그런건 아니구 그냥 그럴수도 있다~ 하는 생각 올린 거니깐 불쾌해하지는 마시길....
Commented by _푸훗_ at 2006/08/28 22:41
시리우스 / 네, ^_^ 제 동생은 20년 넘게 교회를 다니고 있어서요. 그리 오래 교회를 다녔는데도 뭔가 변화하는 것이 없다는 게 곁에서 보기 뭐랄까, 좀 거시기해요;; 물론 저도 기독교를 믿는다고 당장 교리를 깨쳐야한다 이런건 아니었어요.
Commented by 아르메니아 at 2006/08/29 00:48
불경을 공부해야겠습니다-_-;;;
Commented by Noir_Apple at 2006/08/29 01:28
옳은 말씀입니다!!!
Commented by 戮屍 at 2006/08/29 11:15
원한이나 증오만으로 전쟁이 일어나진 않는다고 봅니다. 개인이 개인에게 증오를 가지고 서로 싸우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그저 싸움일 뿐이지요. 전쟁이란, 사람들이 가진 증오와 원망을 이용하고, 더 깊은 증오를 심어주고, 그것으로 명분을 만들어 정당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든 전쟁은 체스말을 움직일 권력을 가진자끼리의 경제전쟁이죠.
Commented by 파김치 at 2006/08/29 15:23
경건해지는 말이네요. 사라의 웃음은 하갈의 눈물이라니..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6/08/29 16:27
행인1// 쯧. 정말이지 못말리는 이스라엘입니다. -_-

措大// 아하핫; 뭔가 경건 -_-; 좀 좋은 걸로 뉴스에서 봤으면 좋겠어요. 꼭 어디 이상한 구국기도회 이딴데서나 보이니;

divoire// 그럼요. 우리 같이 웃어요. :D

_푸훗_// 와아- 가을이 오는 기념 좋은데요? 가을에는 어떤 선물이 좋을까나... 받고 싶은 선물 있어요?

kritiker// 아멘~ ^^;

시리우스// 아아. (미역님처럼) 같은 부분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 전혀 그렇지 않;;;

아르메니아// 오옷! 진지한 불교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D

Noir_Apple// 으흣- 감사합니다. ^^

戮屍// 하긴 요즘 전쟁은 죄다 경제전쟁이지요. 종교는 핑계일뿐. (사실 예전 전쟁들도 죄다 경제전쟁이었다고 하더군요;)

파김치//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서 피눈물 나는 법인데 말입니다. 쳇;
Commented by A-Typical at 2006/08/30 13:35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기사를 읽었었는데 휴전조약 이후에 헤즈볼라는 공격을 멈췄나요?
Commented by 연어 at 2006/08/31 00:41
무자식이 상팔자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무튼, 기독교인들이, 아니 전 지구인들이 마른 미역님과 같은 생각을 반만 가졌다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설마하니 그러면 세상이 너무 밋밋할까봐 저 난리들을 피우는 것은 아니겠지요?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6/08/31 11:40
A-Typical// 그... 글쎄요; 찾아봐야겠네요;

연어// 에이에이. 연어님은 토끼같은 자식 세명!
Commented by _푸훗_ at 2006/08/31 13:51
아싸- 책책책, 신난다. 룰루랄라~
Commented by moojin at 2006/09/01 20:38
성경도 열심히 읽으시고..마지막 문단 보니 진짜 크리스천이신 듯..저도 교회 종종 가지만 목사님이 '물질 때문에 염려하는 일 없도록 하소서' 하실 때 교인들의 '아멘!'소리가 커지고 수재 피해 났을 때 청년부 사람들끼리 호텔 잡아 노는 거 보면서 회의감이 짙었어요. 팔레스타인 분쟁도 항상 불편하구요. 기독교인들은 반복되는 잘못과 실수도 회개 기도만 하면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동이 쉬이 개선되지 않는 것 같아요. 미역님 같은 진짜 크리스천들이 좀 많아졌음 좋겠네요.
Commented by kunoctus at 2006/09/02 15:40
멋진 말씀이십니다. :-) 실천이 어렵긴 하지만 같이 노력하시지요^^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6/09/02 19:11
_푸훗_// 가을겸, 1주년겸. ^^;

moojin// 아니, 그렇다고 제가 뭐 딱히 진짜 크리스천이라고 했다가는 돌맞을 것 같은걸요; 노력해야지요;;;

kunoctus// 네- 같이 노력해요. :D
Commented at 2006/09/02 22: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6/09/03 17:47
비공개// 반갑습니다. ^-^ 정말 가장 중요한건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라는걸 잊지 않는거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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