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발 냄새

때는 바야흐로 이틀 전, 주말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동생 옆에 앉아서 무협지를 보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참으로 고까운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형. 발 닦았어?"

...안 닦긴 했는데, 그런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발냄새를 맡아보니 별로 그렇게 발냄새가 나지도 않았다구요.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이상하다. 별로 냄새 안 나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발 닦으러 갈 수 밖에.


그리고 하루가 지나 어젯밤. 이번에는 제가 컴퓨터를 하고 있던 중에 동생이 와서는 옆에 앉아서 무협지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참아주기 힘든 내매가 나는겁니다. 저는 그 전날 밤 동생의 얼굴에 떠올랐던 표정을 제 얼굴로 옮겨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말했지요.

"야. 발 닦았냐?"

동생 역시 조금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응? 냄새 나?"라며 발 닦으러 가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것이 동생이 발을 씼고 와서도 여전히 은은한 발냄새가 풍겨나는겁니다. 이상하다. 내 발냄새인가. -_-a


그때 동생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외마디 탄성을 지르며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발견한 것은...


예쁘게 포장된 계란. -_-


지난 3월 23일은 부활절이었지요. 교회에서 계란을 주는 바로 그 날 말입니다. 특별히 이번 부활절에 동생네 교회에서는 교회에서 계란을 주지 않고 성도들로 하여금 서로 서로 계란을 주고 받도록 했었다고 하는데요. 이녀석이 한 후배로부터 너무나도 예쁘게 포장한 계란을 받아서는 먹지않고 놓아뒀다가 도저히 먹지 못할 지경이 되자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계란은 쓰레기통을 뚫고 유사발냄새를 풍겨냈던게지요.


어쩐지 발냄새 치고는 좀 독하더라. -_-;





그런데, 왜 제가 발을 닦고 왔더니 발냄새가 덜해졌던걸까요? (...)

by 마른미역 | 2008/04/15 16:42 |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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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소 at 2008/04/15 17:04
발을 씻고 난 뒤, 발에서 나는 비누냄새가 부패한 달걀 냄새를 조금이나마 중화(?)시켰기 때문이 아닐까요? (...)
Commented by 태풍9호 at 2008/04/15 17:55
계란 썩는 냄새? 어후...
청국장 먹고 코트에 냄새 배면 그거 장난 아니지.
Commented by 산왕 at 2008/04/15 18:24
orz...발을 잡고 냄새맡는 장면이 상상됩니다 -0-
Commented by 파닭 at 2008/04/15 20:05
발냄새 * 계란썩는 내 -> 계란썩는 내 가 되서 그랬다던가...[?]
Commented by 연어 at 2008/04/15 21:04
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
Commented by 에벤에셀 at 2008/04/15 22:27
...부활절 계란이 아직도 쓰레기통에 있다니;; 좀 비우시는게;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4/15 22:31
2주 넘게 쓰레기통속에 있었던 계란....ㅡoㅡ
Commented by divoire at 2008/04/16 06:38
지금은 없어졌길...-.-;;ㅋ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8/04/16 07:53
발을 안 씻는것보다 2주 넘게 쓰레기통이 비워지지 않은 게 더 굉장해요.-_-;
Commented by 파김치 at 2008/04/16 15:08
.......어쨌거나 미역님 발에서는 발냄새가 났다는 거네요.
Commented by 애인 at 2008/04/17 07:15
발냄새 나도 괜찮아 ♡ 쓰레기통 안 비워도 괜찮아 ♡
Commented by schwarzwald at 2008/04/17 10:25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며 동생님을 바라보셨을 마른미역님의 모습이 연상되어
웃음을 머금었네요


아 물론 그 다음 장면에서 머금었던 웃음이 밖으로 튀어나왔구요 :D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8/04/17 15:31
다소// ...그정도로 중화될 냄새가 아니었다구요;;;

태풍9호// 그래도 방에 밴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 다행. ㅋ

산왕// 상상하지 마세요!!!

파닭// 으으으으윽;

연어// 다시 생각해봐도 끔찍하군요;;;

에벤에셀// 쓰레기통이 좀 차야 비우던지 어쩌던지 할텐데, 이게 잘 안차네요;;;

행인1// 무서운 일이죠; 게다가 겉보기에는 예쁘기까지 했다구요!

divoire// 네! 이젠 없어요 ㅋㅋㅋ

히카리// 방구석에서 뭐 쓰레기 나올 일이 많지 않다보니;;;

파김치// 아니거든요 -_-+

애인// 내가 안괜찮아 ;ㅁ;

schwarzwald// 뿜지 마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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